말레이 실종기 수색 현장은 각국 선진 기술의 경연장

 

실종 14일차. 감쪽같이 사라진 말레이시아 실종기 수색 작업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20여개국이 최첨단 항공 장비와 위성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이 시선이 집중된 이번 수색 작업에서 실종기의 흔적을 가장 먼저 찾아내면 인도적인 공헌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수색 작전의 무대가 호주 서부 먼바다의 남인도양으로 옮겨가면서 호주는 대잠초계기 ‘P-3C’ 3대를 수색 작업에 투입했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주력으로 운용되는 대잠초계기 P-3C는 수중음파탐지기, 수중음향신호분석기 등 최점단 장비를 탑재한 상태로 15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항속거리만 무려 5,500km에 이른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는 잠수함을 적발해 내는 것이 주 기능은 P-3C는 2009년 대서양에서 일어난 에어프랑스 477편 실종사건 때도 수색과 잔해 회수에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 15일 우리 군이 보유한 P-3C 초계기 1대를 파견했으며, 뉴질랜드도 자국이 보유한 P-3C 오라이언을 퍼스 남서부 해양에 파견해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최신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투입했다. P-3C 초계기의 대체기로 개발된 P-8A 포세이돈은 P-3C에 비해 적재량이 많아 더 많은 탐지장치와 연료를 실을 수 있다. P-3C 오라이언보다 4000m 높은 고도에서 비행이 가능하고, 최고 속도 역시 시속 907㎞(P-8A)로 P-3C 오라이언(760㎞)보다 빠르다. 추정물체 발견 지점이 육지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탓에 연료 적재량이 적은 P-3C는 현장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된 데 반해, P-8A 포세이돈은 연료 적재량이 충분해 2~3시간의 수색 작업이 가능하다.

14일간 수색작업에 가장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위성탐사에서도 미국은 단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종 초기 ‘실종기가 공중에서 폭발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 ’을 이용해 여객기가 실종된 남중국해에서 공중 폭발이 없었다는 사실을 탐지해냈다. 초기 수색 작업의 혼선을 줄이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한 것이다.

또 호주 서부의 남인도양에서 실종기 잔해 추정 물체를 포착한 것 역시 미국의 고해상도 상업위성 ‘월드뷰-2(Worldview-2)’였다. 구글 어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위성영상을 공급하는 미국 상업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Digital Globe)가 소유한 ‘Worldview-2’는 지표면에 있는 지름 50cm 크기의 물체도 포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은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인공위성 10기와 함정 9척, 군용기 2대, 함재 헬기 5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팀을 운용 중이다. 중국 공군은 21일 윈(運)-8 수송기 1대와 러시아제 IL-76 수송기 2대가 수색 작업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수송기들은 중국이 공중조기경보기와 대잠초계기 등으로 개조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종 첨단 탐지 장비들이 장착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인도양 수색 작업에는 중국의 극지 탐사 쇄빙선 쉐룽(雪龍)호가 투입됐다. 극지 탐사를 위한 각종 첨단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 수색 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원격 조정이 가능한 해저 로봇 2개를 심해 수색 작업에 투입하는 등 가능한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에겐 이번 수색 작업이 ‘대양 해군’을 꿈꾸는 중국 해군의 원양 작전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영국은 21일 자국 해군이 운용중인 다목적함 ‘HMS-ECHO’를 수색 작업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2003년에 취역한 HMS-ECHO는 최신 해양조사 장비를 탑재하고 있어 해저 지형을 파악하고 잠수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Posted by 수퍼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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