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해운업] 투자는 뒷전, 시황 회복돼도 경쟁력 확보 의문

배 팔아 연명하는 해운강국, 정부는 뒷짐만

 

"배로 먹고 사는 회사가 배를 팔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시황이 회복돼도 배가 없어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A상선 임원)

세계 5위 해운강국이 침몰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180여개 해운사 중 70여개가 문을 닫았고 12개사는 법정관리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6월7일 세계 8위, 국내 최대의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국내 1,2위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로 자산을 계속 내다 팔고 있다.

 

 

세계 1~3위 해운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등이 선대 확충에 나서며 업황 개선을 대비하는 것과 달리 투자는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사는 1만3000TUE급까지 대형화 추세에 동참한 이후 과중한 재무부담과 유동성 문제로 선박 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적자가 누적돼 빚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3월 초 1800억원을 비롯해 올해 연말까지 총 3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4200억원, CP 4000억원 등 올해 갚아야 할 빚만 8200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자본력이 취약하고 계열사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데다 영구채 발행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취약하고 그나마도 타이밍을 놓쳐서 재무구조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투자해야 하는데, 배 팔아 연명

=해운사들이 부도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자산을 파는 수 밖에 없고, 빚쟁이들(채권단) 역시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자구안을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팔고 있는 자산은 전부 '알짜'들이다. 급전을 조달해야 하므로 높은 마진이 보장된 것부터 던지고 있다. 그만큼 돈을 벌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벌크전용선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내용상 판 것과 다를 게 없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자비용이 700억원 줄지만 연간 1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해 내는 사업부를 매각해 순이익 턴어라운드는 더 지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상선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에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부문을 1조1000억원에 팔기로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와 체결된 장기 용선계약으로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를 떼내는 것은 수익기반의 침식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주력인 컨테이너선종을 제외하면 영업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지 못했는데 이젠 더욱 컨테이너선에만 집중돼 리스크는 더 커졌다.

◇해운업 살려야 하는 이유

=문제는 이대로 개별기업의 자산매각만으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 밖에 안돼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5위 해운강국이다. 전세계 해상물동량의 10.7%를 담당하고 있고 국내 서비스산업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다. 석유제품,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다. 조선, 철강 등 해운업의 산업 연관효과도 적지 않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철광석, 원유, 석탄, 액화가스 등과 같은 국가 전략물자를 대부분을 자국 해운기업을 통해 운송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국적 선사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일본·유럽 선사에 의한 국내 해운시장 잠식이나 부산항의 타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조선이나 자동차처럼 대규모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아 고용이 적은 듯 보여 정치권 등에서 관심이 적지만 10만여명이 종사하는 거대산업"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본업과 관련된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 그 자체 뿐 아니라 매각대상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본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자산매각은 재고 필요가 있다"며 "사모펀드보다는 국민연금 등이 샀다가 나중에 되파는 방식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껍데기만 남고 업황이 되살아난다고 해도 2류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운강국의 꿈이 좌초되는 것이어서다.

 

 

선주협회장 "자산매각 5조 확보, 정부지원 절실“

 (머니투데이 2014.03.03 06:35)

[침몰하는 해운업] "선사, 투자금 구할 길 없다"

 

image
이윤재 선주협회장(사진)의 발언은 동어반복적이었다. 딱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해운업계가 위기극복을 하는 동안 선박매각 등으로 약 5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연명해왔고 이제 정부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원가절감 등 자구책 외에도 강력한 정부지원이 바탕이 됐다는 것.

이 회장은 "독일과 일본 등 선진 해운국처럼 국내금융권이 선박을 좀더 낮은 비용에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국내해운사들이 글로벌 해운기업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는 게 그의 호소였다.

이 회장은 "머스크와 같은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영구채 발행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의 결단이 필요하고 '시장안정 프라이머리CBO 요건완화'도 시급하다고 했다. 선박가격 하락으로 인한 LTV(선박담보대출비율) 부족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LTV보증제도도 조속히 도입해달라고 했다.

이 회장은 해운업체의 핵심자산이 선박인데 선박을 팔고 나면 세계경제가 개선된다고 해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해운업은 지금처럼 선박가격이 하락할 때 싸게 팔고, 나중에 업황이 회복돼 선가가 올랐을 때 비싸게 사는 구조적 덫에 빠져들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 선순환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 및 당국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내선사는 장기화된 해운불황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적자누적으로 부채비율이 급상승해 추가적인 금융확보도 여의치 않아 고효율 선박 발주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도 걱정했다.

그는 "정부 및 금융기관의 협조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진다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초대형 선박과 고효율 선박 발주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선사들과 경쟁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해운업, '불황' 파도에 'P3' 쓰나미

 (머니투데이  2014.03.03 06:21)

[침몰하는 해운업] 정부 '선박금융' 띄워 구조나서야

 

세계 해운산업은 절대적인 업계 1위 머스크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초대형선박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라는 2개 키워드를 충족하느냐 못하느냐에 존망이 갈리고 대응책도 분명하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의지를 갖고 지원하느냐다.

◇머스크, '게임의 규칙'을 지배하다

세계 해운업의 역사는 2014년 5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업계 1, 2위(MSC), 3위(CMA-CGM)가 뭉친 최대규모의 얼라이언스 'P3'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서치회사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P3의 선복량은 약 41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대수는 1465대다.

이에 맞서 현대상선 (12,950원 상승450 -3.4%), APL(싱가포르), MOL(일본), 하팍로이드(독일), NYK(일본), OOCL(홍콩) 등으로 구성된 'G6'가 약 315만TEU가 두 번째다. 한진해운 (6,610원 상승100 -1.5%)과 코스코(중국), K-라인(일본), 양밍(홍콩), 에버그린(대만) 5개 선사로 이뤄진 'CKYHE'는 298만TEU다.

P3가 다른 것은 3사가 지분투자를 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평균 1만3000TEU급 초대형선을 투입해 비용을 절감했으며 3사 네트워크를 극대화해 선대운용이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머스크가 강한 이유=이처럼 머스크가 주도적으로 해운업의 질서를 바꿀 수 있는 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력이 달랐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해운업이 불황에 시달릴 때 과감히 신조선에 투자했다. 연료효율성이 높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선단을 구축하고 감속운항, 노선재배치 등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머스크는 트레이딩, 터미널사업, 정유, 선박건조, 해양플랜트, 벙커링 등을 통해 해상운송업의 비중을 매출의 30%로 제한했다. 운임변동에 따른 영업리스크를 낮춘 것이다.

게다가 덴마크정부가 해운업황이 장기간 부진을 지속하자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달러를 비롯해 62억달러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이 적자에 시달렸지만 머스크는 지난해 3분기에 매출 67억8200만달러, 영업이익 5억6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4%에 달했다.

 

image


◇국내선사가 약한 이유

머스크와 달리 국내해운사들이 위기로 내몰린 데 대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은 비즈니스모델 차이다. 국내선사는 대부분 해상운송 수입에 의존해 운임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손익의 변동성이 크다. 수익구조를 다각화해놓은 머스크와 가장 다른 점이다.

두 번째가 비용요인이다. 국내선사는 외국선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여기에는 국가리스크도 잔존한다. 경영 측면에서 선박확보 타이밍의 문제도 지적했다. 분석적이기보다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다 결과적으로 호황기에 선박을 사서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국가기간산업' 지원을 등에 업은 머스크와 달리 번번이 '립서비스'만 듣고 변변한 지원 한 번 못받아본 게 보태졌다.

◇대형화·동맹강화로 대응…선제조건은 유동성 지원

이로 인해 선사간 실적 차별화도 가속화된다. 심각한 것은 상위 선사의 실적 우위가 일시적 차이가 아닌 구조적인 원가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상위 3개 선사는 초대형선박 추가 인수와 P3네트워크 구축으로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규모의 경제 달성, 영업력 강화 등 원가경쟁력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 얼라이언스체계에선 초대형선 확보 등이 필수지만 업계의 여력은 부족하다. 결국 선박금융 등 정책과 민간금융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해운업이라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장기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그때그때 유동성만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그마저도 실기했다고 아쉬워한다.

송민준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핵심자산 매각, 자본유치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차입부담을 축소하고 동시에 투자를 통해 단위당 원가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해운사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등 유관기관들의 확실한 지원이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P3네트워크 출범 후 해운분야의 공정경쟁 관련 이슈가 다발적으로 대두할 것"이라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화주, 선주 등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및 미국·중국·일본정부 등과 공동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덴마크· 중국, 자국 해운사에 거액 쏟아 붓는데…

 (머니투데이 2014.03.03 06:41)

[침몰하는 해운업] 정부 해운보증기구 신설 방침..기금규모 작아 실효성 의문

 

금융위원회가 최근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부산에 해운보증기구와 해운금융종합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보증기구는 해운사의 프로젝트 발주자금 지원 및 후순위 채무와 지분투자 보증을 맡고 해운금융종합센터의 경우 정부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관련 부서를 모아 해운사를 지원한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무대응보다 낫지만 실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인다. 당장 생존이 문제여서 수 년 뒤로 예상되는 선박발주 보증 등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정부지원책이 효과를 보려면 기금규모와 운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위가 제시한 5500억원은 작은 해운사 1곳 정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지금 절실한 게 유동성 공급"이라며 "영구채 발행 보증, 프라이머리CBO 발행기준 완화 등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지원은 해운사들이 살아남은 경우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국적해운사 중 선박을 새로 발주할 수 있는 곳은 단 1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우리 정부가 해운 경쟁국 수준의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인근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행을 통해 코스코에 108억달러, 중국수출입은행도 코스코와 차이나시핑에 5년 일정으로 95억달러씩 지원했다.

독일은 하파크로이트에 18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해줬다. 덴마크정부는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에 62억달러를 지원했다.

이들 해운사는 정부지원에 힘입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해운동맹을 통해 대형선박을 새로 발주한다. 머스크는 특히 한국수출입은행 자금으로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초대형선박 20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해 최근 5척을 인도받았다.

국내 해운사들은 호황기에 높아진 가격으로 선박을 확보한 뒤 불황기엔 선박을 헐값에 팔아 버티는 악순환구조에 빠진 상태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해운물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택에도 쫓기는 '위기의 부산항'  (0) 2014.01.28
Posted by 수퍼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