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빛나라

  • 문학갈래

    소설

리화가 쓴 『청춘은 빛나라』는 1979년 평양의 문예출판사에서 간행된 중편소설이다. 해양연구소의 연구자인 주인공의 ‘기술혁명’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내용상 특이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술혁명’을 다루는 여타의 다른 작품들이 대부분 기술혁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고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데 반해 이 작품은 그 완결을 보여주지 않는다. 둘째, 남녀간의 사랑이 작품을 이어가는데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바 그 정도는 ‘기술혁명’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하다.

이 작품의 시작은 해양학을 전공하는 대학교수 심운성이 그의 아내 안순임과 딸 심해연에게 산책을 나가자고 제의하는 장면부터이다. 대개 연구소에 틀어박혀 있지 않으면 바다에 노상 나가 있는 심운성의 제안은 뜻밖의 일이기에 그의 가족들은 크나큰 기쁨을 갖고 나간다.

강변을 같이 걸으면서 심운성은 놀라운 이야기를 해연으로부터 듣는다. 다름 아니라 자신이 지금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은 강영진을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강영진은 그가 대학의 연구원으로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간석지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직접 바다에 나가 해양계산법을 개발했던 것이다. 그가 하지 못한 일을 영진이 몸을 던져 해낸 것인데 해연이 영진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에 심운성은 딸에 대한 뿌듯함이 자리잡는다.

논문을 제출하고도 계속 논문을 검증하던 영진은 새로운 해양계산법이 오래전의 해양 상태와 선단대와 같이 깊은 바다의 분석에는 오차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한다. 4년간 폭풍우와 싸우며 연구한 결과이지만 영진은 논문을 철회하기로 작정한다.

심운성 교수는 영진이 새로운 해양계산법을 발견한 것에 대해 크게 칭찬한다. 잠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인정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지만 영진은 그 계산법에는 재검토해야 할 것이 있음을 고백하고는 논문의 철회를 요청한다. 심운성은 영진이 먼 미래에 살 사람들의 운명까지 염두에 두는 뜨거운 인간옹호의 정신에 감탄하며 서해안 간석지 개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그 작업에 동참하겠노라 밝힌다. 영진은 심운성이 서해선단대에 대한 연구사업에 응당한 주의를 돌림으로써 해양학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떳떳하게 끝맺으려 하는 것을 직감하고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큰 사명을 맡아안은 두사람앞에는 한두해에 수십년의 세월속에서만 이룩할수 있는 그렇듯 아름찬 과제가 놓여있었으나 이 순간만은 그 어떤 기적도 이룩하고 돌아올듯이 뜻깊은 미소를 주고받기까지 하였다.
푸근한 밤이였다. 푹신한 햇솜눈을 밟으며 대학구내를 벗어나는 영진의 마음은 흐뭇하였다.

영진이 4년여의 연구성과를 눌러 놓고 다시 해양조사를 위해 달섬으로 떠나는 길에는 해연의 배웅이 있고 심운성이 동행한다.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간석지건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명감이 둘을 한데 묶어 끈끈한 동지애까지 생긴다. 심운성과 영진이 도착한 달섬에는 수위계측기도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천둥 번개가 몰아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달섬의 밤은 음울하기 그지없다. 심운성은 이 열악한 고도에서 일을 할 영진이 안타깝기도 하고 믿음직하기도 한데 정작 자신은 그를 방조만 하리라 마음먹는다.

영진이 달섬해양관측소를 꾸리기 위해 현지에서 준비를 하고 심운성은 평양으로 되돌아와 당조직에 호소를 하여 인력과 장비를 달섬에 보내도록 조처한다. 집으로 돌아온 심운성은 뜻밖의 일에 대노한다. 영진이 지난 업적을 무시하고 멀리 달섬에 내려간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의 아내가 해연의 혼처를 구하고 있던 것이다.

달섬해양관측소가 어느 정도 정비되자 영진은 평양을 향한다. 연구소에서는 그가 달섬에서 장기간 연구할 수 있도록 결정이 되어 있는 상태다. 부푼 가슴을 안고 심운성의 집을 찾은 영진은 그러나 아연실색한다. 안순임이 말하기를 해연에게 영진은 적당한 혼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순임으로부터 그 말을 들은 영진은 절망감에 휩싸여 허허로운 가슴을 안고 달섬을 향한다.

일하러 나갔다 돌아온 심운성은 영진이 왔다가 황황하게 떠났다는 아내의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외로운 섬에서 청춘을 바치고 있는 청년 과학도를 그렇게 대한 아내의 태도에는 분명 자기와의 생활도 한몫 거들었으리라 생각하고는 번민에 시달린다. 해연 또한 조국의 미래를 위한 성스런 싸움에 동참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는다.

평양을 다녀온 후 영진은 단 하루의 휴식도 취하지 않고 해양관측에 몰두한다. 서해의 섬이란 섬은 모조리 섭렵하며 장동주기 관측자료를 작성하여 심운성에게 보내기도 한다. 심운성은 영진이 해연과의 관계가 버그러진 다음에도 계속 애정어린 충고와 격려가 담긴 편지를 영진에게 보낸다. 해연에게 영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해연은 늘 영진을 그리워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성을 책망하다가 드디어 영진과 일하기로 작정하고는 달섬을 찾는다. 영진은 해연이 나타나자 기쁜 마음에 덥석 손목을 잡는다. 해연은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영진에게 전하고는 달섬에 오기를 잘했다고 여긴다.

간석지건설전망계획을 보장하기 위한 전국과학자토론회가 열리는 평양의 회의장에서는 천여 명이 넘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그 열기가 충천하다. 그 자리에서 심운성은 영진의 소식을 전하고 지금 이 시각에도 해일과 싸우며 해양실측자료를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되면 만년대계의 간석지건설에 결정적으로 공헌하게 되리라 공언한다.

해일의 여파가 밀려드는 달섬에서는 영진과 해연이 사정없이 들이치는 해일과 싸우며 관측을 시도한다. 태풍이 관측탑마저 무자비하게 무너뜨린 상황에서 영진은 최대해일고를 측정하다 바다에 휩쓸려 버린다. 그 모습을 본 해연은 자기가 어디에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영진에게 뛰어든다.

해일이 물러간 바다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망망한 심원의 나락에서 해연은 사랑하는 사람을 등에 업은 채 바닷가에 쓰러진 자신을 발견한다. 급히 영진의 가슴에 귀기울이던 해연이 안도의 숨을 쉬자 영진이 눈을 뜬다. 상대방의 생존을 확인한 둘은 깊은 포옹을 한다.

바다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쏴아 처절썩···》
파도는 기슭에 뒹굴며 거품꽃을 다복다복 피워놓았다. 바다는 하염없이 출렁이며 보이지 않는 손길로 기슭의 모래를 밀고 또 밀었다.
마치나도 온 바다의 진기한 보물들을 모조리 날라다가 아름답고 풍요한 조국의 기슭에 얹어주고 또 얹어주어도 다함없을 그들의 마음처럼.

이상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이 작품은 조국의 미래를 담당할 해양학 연구에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한 젊은 연구원의 ‘기술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품의 후반부에 올수록 ‘기술혁명’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데에 이 소설의 특징이 있다 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청춘은 빛나라 (북한문학사전, 1995.11.20, 국학자료원)

 

Posted by 수퍼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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