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흑산 홍어… “혀 입 코 눈 귀… 오감을 일깨우는 맛”

25일 오전 7시 전남 신안군 흑산면 수협 위판장. 크레인이 홍어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배에서 끌어 올려 바닥에 부렸다. 수협 직원들은 일일이 무게를 재고 홍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우선 암치(암컷)와 수치(수컷)를 구분하고 껍질에 상처가 많은 홍어는 배가 위로 오게 뒤집어 놓았다. 등급별로 나눠 줄을 세우자 홍어의 코에 바코드가 부착됐다. 선주명과 무게, 위판날짜 등을 알 수 있는 바코드는 흑산 홍어만이 가지는 인식표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8kg 이상 암치 최상품이 45만 원에 낙찰됐다.
흑산 홍어가 제철을 만났다. 홍어는 6월 초부터 한 달 보름간 금어기를 제외하곤 사철 잡히지만 초겨울부터 4월 초까지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계속 붙어 지금쯤에 가장 차진 홍어를 맛볼 수 있다. 예부터 남도에선 가을 이후의 잔치에 홍어가 빠지면 손님들은 차린 것이 별로 없다고 섭섭해했다.
○ 남도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홍어
현재 흑산 홍어를 잡는 배는 6척이다. 이들 6척만 홍어잡이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미끼 없이 주낙으로 잡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흑산도 연안에서 한 해 150여 t을 잡는다. 위판 금액은 연간 40억 원 정도. 흑산 홍어는 수협 위판장을 통해서만 거래된다. 흑산 홍어는 경매 중매인 20명을 통해 육지의 홍어 소매상과 음식점, 식도락가에게 전해진다. 중매인 김학재 씨(39)는 “수도권에서는 싱싱한 홍어를, 경상도에서는 삭힌 홍어를 좋아한다”며 “낙찰받는 물량이 많지 않아 항상 주문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흑산 홍어를 맛보려면 신안군 수협 흑산지점이나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는 중매인들의 주소를 검색해 연락하면 택배로 받아 볼 수 있다.
홍어는 암치와 수치의 차이가 많이 난다. 암치는 무게가 최고 15kg까지 나가는데 수치는 보통 7kg을 넘지 않는다. 암치의 육질이 훨씬 차지고 식감이 부드러워 값도 최고 17만 원 정도 비싸다. 어찌 보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홍어는 서남해안에서도 잡히지만 유독 흑산도 홍어를 높이 쳐주는 것은 흑산도 인근 바다에 개흙이 많고 수심이 80m 정도로 깊어 맛이 좋은 산란기 홍어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국내산 홍어는 흑산도와 대청도에서 난다. 양이 많지 않아 대부분은 중국 일본 칠레에서 들어온 홍어가 시중에 유통된다. 국내산 홍어와 수입산 홍어는 어떻게 구별할까. 수협 흑산지점 판매과 김병철 씨(34)는 “수입산은 먹기 전부터 싸한 냄새가 나지만 국내산 홍어는 씹고 난 후부터 톡 쏘는 맛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 다양한 형태로 입맛 유혹
홍어는 삭힌 것부터 생각하기 쉽지만 현지에선 싱싱한 회로 많이 먹는다. 반투명 선홍색의 살을 두툼하게 썰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은 소금에 찍어먹는다. 결 따라 찢어지는 살의 쫄깃함과 부드럽고 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싱싱한 홍어 애(간)를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뒷맛이 남는다. 삭힌 홍어는 입안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압권.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소설가 황석영 씨)이다.
삭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삼합’도 좋다. 김치와 돼지고기 맛 때문에 처음에는 홍어가 느껴지지 않지만 목으로 넘길 무렵 홍어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향이 입안에 남는다.
갖은 양념, 야채와 함께 버무려 먹는 홍어회무침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홍어찜은 회처럼 씹는 맛은 없지만 자극적인 맛은 훨씬 강하다. 푹 삭힌 홍어로 찜을 해놓으면 코를 자극하는 특유의 냄새로 눈물마저 찔끔 날 정도. 오래 삭힌 홍어를 사용한 찜을 먹다 보면 독한 암모니아 탓에 입천장이 벗겨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홍어탕은 내장과 홍어를 넣고 어린 보릿대나 시래기와 함께 된장을 풀어 끓인다. 알싸한 국물은 해장에 최고의 음식이다.
]<33>서해 주꾸미
(동아일보 2013-03-22 04:15:01)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한입에 쏙… 톡톡 터지는 ‘밥알’ 봄맛의 향연

휴일인 17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특화수산시장. 5일장을 맞은 시장 안 100여 개 점포마다 주꾸미가 넘쳐났다. “알이 꽉 차 있슈. 지금이 제철이니 1kg만 들여가. 응?”
넓은 고무통 안에 들어 있는 주꾸미들은 웅크리거나 다리를 비꼬거나 통 밖으로 기어 나오려 애썼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잽싸게 먹물을 뿜는 놈들도 있었다.
동백꽃이 활짝 피는 3, 4월이면 서해 어장은 주꾸미로 풍성해진다. 특히 ‘봄 주꾸미’의 암놈은 알이 꽉 차 있고 토실토실해 인기가 높다. 이달 말부터 지자체들이 주꾸미 축제를 잇따라 열 예정이다.
○ 신분 상승한 봄철 별미
예전에 주꾸미는 ‘낙지 사촌’으로 여겼다. 조연에 불과했다. 값도 훨씬 쌌다. 그러나 요즘은 봄철 최고의 해산물로 꼽힌다. 바다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심 웬만한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 알이 꽉 찬 서해안 암놈 주꾸미는 최고로 친다. 충남 보령시 수산과 고중길 계장은 “서해안 주꾸미는 대부분 소라껍데기로 잡는다. 줄에 매달아 바다에 던져 놓으면 암놈들이 편안한 안식처로 착각해 산란을 위해 몸을 숨긴다.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라껍데기로 잡는 주꾸미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그물(낭장망)로 잡는 주꾸미보다 훨씬 신선하고 상태도 좋아 가격을 더 쳐준다.
주꾸미 머리 속의 알은 ‘밥알’이라 불린다. 밥알과 색깔 모양이 비슷해서다. 주꾸미 알은 ‘톡톡’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꾸미는 한 해 풍년이면 다음 해에는 흉년인 경우가 많다. 올해에는 평년작이다. 19일 보령수협 하루 위탁판매량은 3t 정도. 가격은 산지(소비자가격)에서 kg당 2만7000∼3만 원 정도였다. 중국산은 이보다 7000∼1만 원 싸게 거래되고 있다.
올해 주꾸미 축제는 충남 보령 무창포에서 23일∼4월 14일, 서천 동백정에서 30일∼4월 12일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상차림까지 포함해 kg당(큰 것 7, 8마리) 4만 원 정도. 충남 홍성과 태안, 서산, 당진을 비롯해 전북 군산, 인천 강화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 살짝 데쳐야 제맛
주꾸미는 회도 좋고 야채를 넣은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것도 좋다. 냉동이라면 매콤한 볶음이 적당하다. 데칠 때는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오래 끓이면 향과 맛이 사라지고 질겨져 식감도 없어진다. 육수에 넣은 뒤 다리가 연분홍색으로 변하는 순간 잽싸게 다리부터 꺼내 먹어야 한다.
‘주꾸미’라는 말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속명을 ‘죽금어(竹今魚)’라 기록했다.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서 두뇌 발달에 좋다. 지방간에도 좋다는 타우린의 보고로도 알려졌다. 한양대 이현규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주꾸미 타우린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이며 지방이 적고 칼로리도 낮다”고 설명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수천 점의 고려청자를 발견한 것도 주꾸미였다. 어민들이 건져 올린 주꾸미 빨판에 청자가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29>하동 벚굴
(동아일보 2013-03-08 09:01:30)
맛있는 벚꽃이 폈다, 섬진강 물속에

남해고속도로 경남 하동 나들목을 벗어나 국도 19호선을 따라 하동읍 쪽으로 차를 몰면 섬진강을 왼쪽으로 끼고 하동포구 80리길이 나온다.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마을이 있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라 불리는 곳이다.
5분여를 지나 구불구불한 ‘옛 국도’로 접어들면 벚굴 전문 식당이 이어진다. 재첩+벚굴, 원조 맛집 벚굴, 벚굴 구이식당, 까서 먹고 벗겨 먹는….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마을까지 이런 간판을 붙인 식당이 20곳이 넘는다.
‘꽃길과 물길의 고장’ 하동은 지금 봄기운이 가득하다. 양지바른 곳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벚꽃이 만개하면 배꽃과 복사꽃이 뒤를 이을 것이다. 산과 들만 꽃으로 가득차는 게 아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물속에서도 벚꽃이 만개한다. 바로 벚굴이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제철이라서, 거기다 생긴 모양도 벚꽃 같아서 벚굴이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바다 굴과 대비해 ‘강굴’이라고도 부른다.
벚굴은 남해바다와 만나는 섬진강 하구 신방포구와 망덕포구 등지에서 주로 자생한다.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 선소, 전도마을이 주산지다. 주민들이 2월부터 4월까지 강바닥에서 딴다. 벚굴은 설부터 벚꽃이 필 때까지 먹을 수 있다. 남도의 봄맛이자 봄의 대표 별미다. 평생 이 마을에서 재첩과 벚굴을 판매해 온 유동엽 할머니(82)는 “벚굴은 서너 개가 한데 모여 자라는데 그 모습이 꼭 물속에 핀 벚꽃 같다”고 전했다. 벚굴은 무엇보다 산란을 앞둔 3, 4월이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다고 한다.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크기에 압도당한다. 보통 15∼30cm에 이르고 어떤 놈은 40cm까지 자란다. 어른 신발만 하다. 알맹이를 한입에 넣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로변 식당들은 벚굴을 kg 단위로 판다. 조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 3명이 먹을 수 있는 5kg에 4만 원 안팎. 즉석에서 날것으로 또는 구워서 먹는다.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5, 6분 정도. 굴은 껍데기 처리하기가 힘들다. 부스러기가 튀어 정갈함도 떨어진다. 가스불에 석쇠를 걸치고 그 위에 벚굴을 얹어 통째로 굽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좀더 위생적인 조리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수한 향과 함께 벚굴이 익어 입을 벌리면 묵은 김치와 담근 매실(매실장아찌)을 곁들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초장에 찍거나 풋고추, 마늘과 함께 먹기도 한다. 벚굴은 찌거나 계란을 입혀서 굴전도 한다. 튀김, 영양죽도 인기다. 원진수산 등 택배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바다 굴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벚굴은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 신방마을 이정운 이장(48)도 “바다 굴보다는 짭짤한 맛이 덜한 편”이라며 “바다 굴에다 꼬막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리전문가들은 벚굴에 대해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성인병 예방과 기력 증진에 좋다”고 입을 모은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강 속 비아그라’ ‘살아 있는 보약’이라고 자랑했다. 벚굴 판매상인 권행자 씨(57)는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계절별미이자 건강식이어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26>도다리 쑥국
(동아일보 2013-02-23 10:07:58)
누굴까, 맨처음 도다릿국에 쑥을 넣은 건…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식당골목/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우리처럼 알음알음 찾아온 객이/열 개 남짓한 식탁을 다 차지한/자그마한 밥집 분소식당에서 뜨거운 김 솟는/국물이 끝내준다는 도다리쑥국을 먹는다…(중략) 탕탕 잘라 넣은 도다리가/살큼 익은 쑥의 향을 따라 혀끝에서 녹는/통영의 봄 맛….’ 배한봉의 시 ‘통영의 봄은 맛있다’ 중에서
“토영(통영) 도다리는 뼈가 연하고 살도 통통하지. 새 쑥하고는 찰떡궁합인기라.”
21일 경남 통영시 정량동 한산섬 식당에서 도다리 쑥국을 끓이던 김순선 할머니(73)는 “봄 도다리를 넣어서 끓이는 쑥국은 별미 중의 별미이자 보양식”이라고 자랑했다. 섬이 570개나 돼 ‘바다의 땅’으로 불리는 통영. 쪽빛 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의 봄은 도다리와 함께 온다고들 한다.
봄 도다리 때문에 유명해졌는지,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땅을 ‘쑤∼욱’ 뚫고 올라온 쑥이 명성을 더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무튼 요즘 통영항 주변 식당은 도다리 쑥국 냄새가 가득하다. 회사원 박철현 씨(46)는 “도다리 쑥국은 쑥 향이 생선 비린 맛을 없애주고 국물이 개운해 숙취가 말끔히 풀린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도다리 쑥국의 조리법은 간단한 편이다. 육수는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체로 맹물을 쓰지만 무와 다시마 대파를 끓여 만든 육수를 쓰기도 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푸는 곳도 있다. 통영시 서호동 분소식당, 항남동 수정식당 등에서는 맑은 물에 무를 넣고 끓이다 도다리를 함께 익힌 뒤 다진 마늘을 곁들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쑥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은 뒤 넣는 것이 원칙. 쑥이 너무 많이 익으면 향이 사라지고 색도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질겨지는 단점도 있다.
한산섬 식당 이정재 사장(50)은 “도다리 쑥국의 맛은 도다리와 선도(蘚度)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도다리는 제주바다에서 산란을 끝내고 남해안으로 돌아와 살이 오동통 오른 자연산을 최고로 친다. 가자밋과에 속하는 도다리는 넙치(광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양식을 하지는 않는다. 통영시 관계자는 “도다리는 현재 kg당 1만5000원 선이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3월에는 2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다”라고 말했다. 쑥은 매물도와 욕지도, 사량도, 한산도 등 남해안 섬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자연산’이 제격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자란 쑥은 1kg에 3만 원 선. 도다리 쑥국의 맛은 복잡하지 않다. 통영시 항남동에서 30년 넘게 수정식당을 운영하는 윤도수 씨는 “도다리 쑥국의 맛은 심오함보다 담백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봄철에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은 앞다퉈 도다리 쑥국을 찾는다. 통영항 주변 식당들은 대부분 도다리 쑥국을 끓인다. 멸치 젓갈과 시금치, 파래무침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게 나온다.
거제시 고현동과 사등면, 둔덕면은 물론이고 사천시 서동, 남해 삼동 등지에서도 맛볼 수 있다. 한 그릇 가격은 대부분 1만2000원. 도다리 쑥국의 ‘명성’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경기, 경북 등지에도 식당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서울 중구와 구로구, 서초구, 강남구 등에도 도다리 쑥국을 요리하는 식당이 생겼다.
한국국제대 외식조리학과 황영정 교수는 “단백질 함량이 많은 도다리에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 쑥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일 뿐 아니라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4>서천 지주식 김
(동아일보 2013-02-01 05:49:50)
불에 살짝 구운뒤 다래 간장에 찍어 한입 넣으면… 바다의 맛과 향이 입안에 그득

“뭐니 뭐니 해도 겨울철에는 날김을 바삭 구워 다래 간장에 찍어 먹는 게 최고여.”
20대 중반부터 평생 김과 관련된 일만 해온 ‘김 도사’ 최성진 씨(70·충남 홍성군 광천읍). 그는 요즘 살짝 구운 지주식(支柱式) 김 서너 장이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그는 “불에 살짝 구워 결대로 찢어 밥을 놓고 다래 양념간장을 올려 싸 먹어야 김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겨울의 별미 지주식 김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서해안 갯벌. 소나무 버팀대를 갯벌에 박아 대나무를 쪼개 만든 발에서 김 채취가 한창이다. 이곳 김은 밀물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이 되면 햇빛에 노출되면서 맛과 향이 진해진다. 바로 지주식(支柱式) 김이다. 굴로 따지면 바위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자연산 굴인 셈이다.
전남 해남과 완도 등에서 24시간 바닷물에 잠긴 상태로 양식하는 ‘부유식’ 김과는 다르다.
두 방식 모두 포자를 양식시설인 망에 붙도록 하는 채묘(採苗) 작업을 거친다. 이후 부유식은 40일 정도 경과하면 수확이 가능하지만 지주식은 배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쫀쫀하고 치밀하다. 서천 김은 특히 생김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김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시대 때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 초기에는 경남 하동에서 많이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김’이라는 말의 어원도 여러 설이 있다. 조선시대 어느 왕이 진상된 음식(김) 이름을 신하에게 물었는데 “모릅니다. 광양(전남)의 김가가 보냈습니다”라고 말하자 왕은 “그럼 ‘김’이라고 불러라” 했다는 설이 있다.
○ 파래 감태도 제철
지주식 김과 함께 겨울철 대표적 해조류는 파래와 감태, 매생이다.
파래는 애연가들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틸메티오닌 성분은 담배의 니코틴을 중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태는 ‘매우 달콤한 김’이라 해서 ‘감태’(甘苔)라고 쓴다. 색깔은 파래처럼 녹색을 띠지만 파래보다 가늘고 매생이보다는 두껍다. 김처럼 납작하게 말려서 먹을 수 있다. 입안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다. 채취가 워낙 어려워 김보다 5∼6배 비싸다.
이 ‘겨울철 해조류 4총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열량이 낮고 비만과 변비를 예방한다. 무기질은 풍부하고 칼로리는 적다. 해조류를 많이 먹는 일본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미국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 요리도 다양한 해조류
김 요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생김은 종이 등에 싸서 실내에 보관하면 비교적 오래 먹을 수 있다. 색깔이 변했거나 눅눅해진 김은 김국으로 다시 태어난다. 물을 부어 함께 끓인 뒤 바지락이나 굴, 그리고 파 마늘만 넣으면 끝이다. 부드러운 맛이 속 풀이에 그만이다. 굴이 없다면 마른 멸치를 넣어도 괜찮다.
파래는 말리지 않은 것이라면 넓은 그릇에 재료를 넣고 바락바락 문질러 여러 번 물로 헹군 다음 식초를 넣고 무쳐 먹는 게 일반적이다. 오이와 무를 채썰어 냉채를 만들기도 하고 굴과 바지락을 넣고 전으로 만들기도 한다.
김 가격은 저렴하다. 서천군 관계자는 “서민의 음식인 김은 생산과 가공이 대형화하면서 20년 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생김 1속(100장)이 4000∼6000원(소비자가격 기준) 선”이라고 말했다.
<23> 가덕대구
(동아일보 2013-01-25 10:19:26)
북태평양서 남으로 남으로… 가덕도 지날때 최고의 맛

24일 오전 5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의창 수협수산물위판장. 두꺼운 외투를 입어도 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겨울 새벽이지만 이곳엔 활력이 넘쳤다.
“어이∼ 자, 헤이∼ 야, 알(암컷) 4만3000원에 11번이요∼ 곤(수컷) 8만 원에 77번이요….” 펄떡거리는 물고기 앞에서 경매사의 경쾌한 목소리는 싱싱한 대구를 차지하려는 상인들의 손놀림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활어 경매 현장이다.
이날 가덕대구 물량은 유난히 적었다. 60cm 이상 중급 수컷이 10만 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크기의 암컷은 4만, 5만 원 선. 오전 8시경 경매는 끝났다.

생선의 제왕 대구, 그중에서도 옛날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가덕대구. 요즘이 제철이지만 1월이 금어기라 어획량은 12월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날 경매된 가덕대구는 37마리에 불과했다. 경매사인 손성범 의창수협 유통사업과장(57)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용원항 일대가 온통 가덕대구 천지였는데 지금은 임금이 와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주말이면 용원항에는 명품 가덕대구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시원한 맛으로 애주가의 사랑을 받는 겨울철 별미는 역시 대구탕. 걸쭉하면서도 맑은 맛이 혀에 척 감기면 “음…”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구탕의 특별한 맛을 좌우하는 건 이리, 즉 정소다. 탕 속에 내장처럼 보이는 것이 이리다. 수컷 대구 가격이 암컷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것은 이 때문이다.
“숙취 해소에는 가덕대구가 제일입니다. 가덕대구는 일정한 결에 부드러우면서도 질감이 있지요. 수컷 대구 이리가 들어가야 구수한 맛까지 더합니다.” 이맘때면 대구탕으로 월평균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용원항 충무횟집 정혁 사장(50)의 가덕대구 예찬론이다. 부산과 경남에서 이름난 대구탕집 맛의 비결은 한결같이 ‘싱싱함’과 ‘불(火) 세기’를 꼽았다.
대구는 북태평양에서 사할린, 포항 앞바다를 거쳐 오는 회귀성 어종. 포항 근해를 지나면서 맛이 들기 시작해 가덕도까지 와야 비로소 제맛이 난다. 12월부터 2월까지 산란을 위해 가덕도 부근을 찾을 때가 맛이 가장 좋다. 김영일 가덕도 동선어촌계장(68)은 “가덕도 일대는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고, 물살과 파도가 세 대구 육질이 좋은 것 같다”며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며 가덕대구를 자랑했다.
대구는 아가미에서 내장까지 버릴 게 하나 없다. 겨울 찬바람에 잘 말린 대구포도 맛이 일품이다. 대구뽈찜은 저녁밥상 밥도둑 메뉴로도 그만이다. 원래 회로는 잘 먹지 않지만 요즘에는 대구회를 즐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장젓, 알젓, 대구장아찌까지 등장했다.
대구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해안 환경 변화로 연간 잡히는 수가 극히 적어 한 마리에 40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8년 전부터는 부산 강서구와 의창수협이 공동으로 매년 6억 개의 수정란을 방류하는 사업을 벌여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강신현 의창수협 상무(51)는 “자원이 풍부해 매년 어획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금어기 때만큼은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금어기인 요즘 가덕대구를 잡을 수 있는 어민은 의창수협 소속 어민 2300여 명 중 강서구청으로부터 ‘포획금지 해제 허가’를 받은 동선어촌계 어민 20여 명에 불과하다.
<22> 새조개
(동아일보 2013-01-18 15:54:20)
육수에 살짝 데쳐 한입… 그맛 ‘진땅’

‘몰캉몰캉, 사각사각.’
새조개의 식감이다. 은근히 달콤한 맛,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을 주는 새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조개는 황토갯벌이 많은 곳에서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잡힌다. 하지만 1월이 돼야 씨알이 굵어지고 맛도 최고다.
○ 하늘이 내려 준 선물
충남 홍성 일대에는 20여 년 전만 해도 새조개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20년쯤 됐나…. 서산AB지구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바닷가 갯벌에서 처음 보는 조개가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한 어민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진땅’(특출한 물건)이었다는 거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용태 씨(54)의 말이다. 새조개는 1980년대 초 서산AB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인근 갯벌에 황토가 쌓이면서 다량 출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성과 서산, 경남 통영, 전남 여수 등지에서 주로 난다.
초기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에선 새조개를 맛보기 힘들었다.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은 일본에서 초밥 재료로 인기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국내 식도락가의 미식한담(美食閑談) 소재로 등장하면서 국내에도 대중화됐다.
새조개의 매력은 사각거리는 촉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이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다. 새조개는 쇠갈퀴가 달린 ‘형망’(바닥을 긁는 방식) 어선이 잡지만 망이 닿지 않는 바위틈(수심 15∼20m)의 것은 잠수부의 몫이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도 재미있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鳥)의 부리와 같다 해서 새조개라 불렀다는 게 정설. 잠수부가 바닷속에서 발견하면 발을 이용해 새처럼 도망간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 샤부샤부가 최고
새조개는 1월부터 2월 말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채소를 넣은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 방식이 최고다.
샤부샤부는 넓은 냄비에 대파, 무, 버섯, 다시마, 멸치를 넣고 끓인 국물에 새조개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포인트는 육수에 데치는 시간. 어떤 이는 ‘졸깃한 게 일품’이라고 말하지만 새조개 맛의 진수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졸깃해질 정도면 새조개 맛은 이미 사라진다.
끓는 물에 6, 7초 정도만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몰캉몰캉한 육질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5, 6마리씩 무더기로 육수 안에 넣지 말고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은 채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중간에 채소를 추가할 때 냄비의 육수 온도가 잠시 낮아지는데 이때 새조개를 넣으면 익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겨진다. 급해도 육수가 다시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샤부샤부로 먹은 뒤 쌀뜨물처럼 뿌옇게 된 패즙(貝汁)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넣어 먹는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가격은 비싼 편이다. 껍질째 파는 것도 있지만 산지나 수산시장에서 까놓은 것을 구입하는 게 덜 번거롭다. 씨알이 굵은 것은 1kg에 8∼10마리(껍질을 까지 않은 것), 작은 것은 14마리쯤 된다. 가격은 시장에서 kg당 2만5000∼3만 원 선. 산지 식당에서 상차림까지 포함하면 4만∼4만5000원 선이다. 4인 가족이 2kg이면 충분하다.
요즘 남당항은 주말만 되면 새조개를 맛보려는 인파로 붐빈다. 요리법이 간단하니 택배 등으로 구입해 집에서 요리하면 경제적이다.
<21> 매생이
(동아일보 2013-01-15 14:13:34)
한 입 뜨면… 입안 가득 겨울바다

《 14일 전남 장흥군 대덕읍 옹암리 내저마을 앞바다. 어민 30여 명이 0.8t짜리 작은 배 10척을 타고 칼바람을 이겨내며 차가운 바닷물에 손을 넣고 뭔가를 뜯어내고 있다. 겨울철 남도에서만 생산되는 ‘해조류의 귀족’ 매생이다. 박오석 내저마을 이장(49)은 “매생이는 기계로 채취가 불가능해 어민 30여 명이 하루 종일 150kg밖에 뜯지 못했다”고 했다. 매생이는 전남 청정해안선 6475km 중 최고로 깨끗한 바다 4, 5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자란다. 양식이 안 되고 겨울에만 생산돼 매생이 전문 음식점은 드물다. 》
○ 애주가의 해장국
매생이탕은 대표적인 해장 메뉴다.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무기질 탄수화물 단백질 조지방 등 5대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 변비나 다이어트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 성장 발육 촉진에 효험이 있는 데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예방하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조선시대에는 전남 해안 특산물로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전남 강진군에서 한정식집 ‘청자골 종가집’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은주 사장(59)은 “매생이탕은 숙취 해소는 물론이고 어린이 신체 발육에도 효과가 좋아 인기가 많다”며 “전이나 칼국수 떡국으로도 요리해 먹을 수 있고,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청정바다가 준 친환경 자연식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생이는 갈파래목에 속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검푸른 빛을 띤다. 매생이는 펄펄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아 입이 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남도지방에서는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도 있다.
○ 질 좋은 매생이 구하기
매생이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 대덕읍, 완도군 고금면, 강진군 마량면 등에서만 대량생산된다. 가늘고 윤이 나는 것이 최상품이다. 12월 말부터 이듬해 1월 20일까지 첫 채취한 ‘초살’의 품질이 가장 좋다. 나중에 채취한 것일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초살과 끝물은 가격이 2∼3배 차이 난다.
장흥군 대덕읍 매생이마을, 완도군 고금면 넙도어촌계, 강진군 마량면 숙마어촌계에서 매생이를 구입할 수 있다. 장흥 완도 강진지역 어민 10여 명이 만든 삼덕수산개발(강진만영어조합법인)은 초살 매생이를 냉동 판매하고 있다. 권영목 삼덕수산 대표는 “매생이 냉동 판매가 활성화하면서 연중 품질 좋은 매생이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파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해 가격이 올랐다. 생육도 부진해 출하시기가 2주 정도 늦어지고 있다. 완도군 고금면 매생이 양식장은 물오리 떼의 습격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장흥군 해양수산과장은 “평년 가격은 450g 기준으로 3000∼3500원이었지만 올해는 4500원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20> 대게
(동아일보 2012-12-28 10:38:15)
다리가 대나무 같아 대게… 추울수록 ‘살 맛’나요

기다란 다리와 집게가 먹음직스럽지만 생긴 것은 솔직히 별로다. 하지만 추운 겨울만 되면 하얀 속살과 게장을 절로 떠오르게 할 만큼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은 미식가들의 군침을 삼키게 할 정도로 자랑거리다. 바로 그 ‘대게’의 제철이 돌아왔다.
요즘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은 대게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친다. 강구대게거리(강구1∼4리)에 늘어선 음식점 200여 곳의 찜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과 대게가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는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게는 산지에서 즐겨야 제맛이 난다. 유통과정에 이동거리가 멀거나 수족관에 오래 두면 게가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줄어들기 때문. 대게 철만 되면 이곳 음식점들은 하루 평균 300만 원, 주말에는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상당수가 대게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찾는 단골손님이다. 이곳에서 1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식 대표(42)는 “영덕대게는 다른 지역보다 살이 차고 맛이 좋아 명성이 높다”며 “지금부터가 맛 좋은 대게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대게는 날이 추울수록 살이 오른다.
수온이 올라가는 5월이 되면 바다 밑 갯벌을 파고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대게 잡이는 금어기(禁漁期)가 끝나는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만 이뤄진다. 이 기간에도 12월 말부터 2월까지 잡히는 대게가 다리와 등딱지가 단단해지고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좋다.
대게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크기가 커서 생긴 이름이 아니라 길게 뻗은 다리가 마치 대나무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붙여졌다. 대(大)게가 아니라 대(竹)게인 것이다. 찜과 회, 구이, 해물탕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살 자체가 조미료를 능가하는 감칠맛을 지녔기 때문에 그냥 쪄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예전 문인들은 산해진미를 능가하는 맛이라고 비유했다. 다리 살은 맨 끝 마디를 부러뜨려 당기면 살 전체가 통째로 빠져나오는데 맛이 씹을수록 일품이다.
대게는 찌기 전에 숨을 끊어야 한다. 산 채로 찌면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20분 찌면 적당하다. 대게의 배는 반드시 위로 향하도록 해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고 잘 익는다. 맛있게 찐 대게 등딱지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야채와 김, 따끈한 밥을 비벼먹는 게장이야말로 대게 맛의 백미다. 대게는 껍데기를 빼고 거의 다 먹을 수 있다.
좋은 대게는 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더 나간다. 속이 살로 꽉 차 있다는 말이다. 배를 눌렀을 때는 단단해야 하고 다리는 하얀 빛깔이 아닌 붉은 기운이 돌면 품질이 우수하다. 몸에 견줘 긴 다리를 가진 것이 상품성이 좋은 것이다.
지역별로는 포항과 영덕 울진 울산 등에서 대게가 많이 잡힌다. 포항 구룡포항이 전국 대게 생산량의 54%를 차지한다. 대게 어획이 동해안에 집중되고 전국으로 팔려나가다 보니 영덕 울진 등 지자체들 사이에는 ‘원조’ 경쟁도 뜨겁다. 2000년 초반부터 서식 환경이 좋아져 대게 잡이가 늘어난 울산도 정자항 이름을 붙인 ‘정자대게’로 소비자 입맛을 잡고 있다. 각 지자체는 2, 3월경 대게 축제나 행사를 열어 맛과 명성을 홍보하고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9>도루묵, 알알이 톡톡… 도로 ‘은어’라 부를까
(동아일보 2012-12-14 04:31:02)
11, 12월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도루묵은 겨울철 별미다. 찌개나 조림으로 인기가 많지만 소금만 술술 뿌려 구워 먹어도 일품이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의 신선함과 비린 맛 없는 고소한 육질. 제철 맞은 도루묵이 초겨울 식탁의 별미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비늘이 없는 도루묵은 담백하면서도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알이 가득 차는 11, 12월이 가장 맛이 좋을 때로 꼽힌다.
도루묵은 이름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생선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처럼 조선 선조가 피란 때 ‘묵’이라는 생선을 먹어 보고 무척 맛이 좋아 ‘은어’라고 이름 붙였다. 전쟁이 끝나 환궁한 뒤 그 맛이 생각나 다시 먹어보니 예전과 맛이 달랐다. 임금이 “은어 대신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고 명을 내린 이후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때문에 ‘말짱 도루묵’은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관용구가 돼 버렸다. 그러나 맛에 있어서는 ‘겨울 별미’로 꼽히는 데 손색없다.
○ 알 가득 찬 암컷 최고의 별미

동해안 항·포구마다 갓 잡아 올린 도루묵을 그물에서 떼어내 손질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어판장 곳곳에는 아예 연탄불을 피워놓고 소금 뿌린 도루묵을 구워 먹는 풍경도 쉽게 눈에 띈다. 이 모습에 입안 가득 군침을 머금고 있다가 항·포구 주변 음식점을 찾아 제철 맞은 싱싱한 도루묵 요리를 맛보려는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음식점에서는 찌개나 조림을 한 냄비에 보통 3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도루묵은 찌개나 조림으로 인기가 높지만 굵은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는 맛도 일품이다. 다른 도루묵 요리에 비해 구이는 원재료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 찬 암컷은 최고의 별미로 인정받는다. 이 시기의 도루묵은 살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여느 고급 생선 못지않다.
예전에는 도루묵 요리법이 훨씬 다양했다. 구이와 조림, 찌개 외에 회를 떴고 식해도 담갔다.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이 뛰어나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로도 인기가 높았다. 또 토막 친 도루묵을 무와 버무려 깍두기를 담그고 김장 때 대구나 동태 대신 도루묵을 넣기도 했다.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허금자 씨(41·여)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도루묵이 많이 잡혀 회를 시키면 구이를 서비스 안주로 내줄 정도”라며 “찌개나 조림 등 싱싱한 제철 도루묵을 맛보려는 손님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 강태공 쉴 새 없이 짜릿한 손맛
올해는 도루묵이 풍어다. 동해안 연안에는 산란을 위해 몰려든 도루묵 떼로 인해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지난주까지 강릉 주문진항, 속초항, 양양 수산항 등 강원도내 주요 항구 방파제에는 강태공이 몰려들어 도루묵 낚시로 쉴 새 없이 손맛을 즐겼다. 도루묵은 미끼를 쓰지 않는 일명 ‘훌치기’로 잡는다. 도루묵이 워낙 많다 보니 낚싯줄에 바늘을 여러 개 달면 한번에 2, 3마리가 달려 올라오기 예사다.
도루묵잡이에 통발(그물로 만든 어항 형태의 어구)까지 등장했다. 방파제에서 통발을 던져놓고 1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100마리 이상 잡혀 올라온다. 주민 김영수 씨(46·강릉시 교동)는 “이번 주 들어 도루묵이 많이 줄었지만 지난주까지 20여 일 동안은 도루묵을 퍼 올린다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잡혔다”며 “올해처럼 도루묵 요리를 실컷 먹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7>방어, 찬바람 불면 돌아오는 탱탱한 너
(동아일보 2012-11-06 08:35:37)
입안엔 배릿한 맛, 손끝엔 묵직한 맛

겨울철 제주 바다의 진객(珍客) ‘방어’가 돌아왔다.
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10km가량 떨어진 국토 최남단 마라도 주변 해역. 모슬포수협 소속 어선 20여 척이 방어잡이에 한창이다. 빠른 물살 가운데에 배를 고정한 채 낚싯줄을 100m 가까이 길게 늘여 놓았다. 미끼는 특이하게 제주 특산 어종인 살아있는 자리돔을 썼다. 미끼로 쓴 자리돔은 이날 새벽 잡힌 것이다. 흥진호(8.5t) 선장 강순남 씨(66)는 “인조 미끼를 쓰는 어선도 있지만 마라도 주변에서는 자리돔을 써야 방어가 잘 잡힌다”며 “요즘 방어의 천적인 상어가 출몰하지 않은 덕인지 어획량이 많다”고 말했다.
○ 겨울철 제주의 진미
최근 마라도 주변 해역에 방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어민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어선마다 하루에 50∼60마리를 잡는다. 위판 가격은 4kg 이상 대(大)방어가 마리당 3만5000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만 원가량 올랐다. 방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4kg 이하 중방어는 마리당 1만6000원 선이다. 살이 두툼하게 올라야 맛이 있는 방어의 특성 때문에 중방어 이상만 상품으로 팔린다.
농어목 전갱잇과에 속하는 방어는 등 푸른 생선의 하나다. 비타민D와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고도 불포화지방산인 DHA를 함유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식감이 다른 회와 다르다. 초간장이나 된장에 찍은 회를 한입 넣어 씹으면 기름진 향이 입안 가득하다. 회는 선홍색 빛을 띠는데 기름기가 많은 뱃살은 흰색에 가깝다. 다른 회와 달리 두툼하게 썰어야 제맛이 난다. 일부 횟집에서는 깍두기처럼 회를 썰어 팔기도 한다. 머리 구이는 독특한 맛을 낸다. 모슬포항 주변 식당에서는 겨울철 방어를 대부분 횟감으로 내놓는다. 모슬포수협(064-794-0553∼6)으로 연락하면 신선한 방어회를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 조류 거센 해역 방어가 최고등급
방어는 제주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중에서도 ‘모슬포 방어’를 최고로 꼽는다. 마라도 주변 조류가 거센 해역에서 잡히는 방어는 근육이 많아 살이 탱탱하다. 이 해역은 수심 20∼30m의 해저가 50∼70m로 급격히 깊어지고 플랑크톤도 많아 방어 먹이인 전갱이, 자리돔 등 소형 어류가 군집을 이룬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이승종 연구사는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산란을 위해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남하하다 마라도나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 등에서 어장을 형성한다”며 “모슬포에서 방어가 많이 잡히고 유명한 것은 해양생태 구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방어 축제 현장을 찾는 것도 좋다. ‘제12회 최남단 방어축제’가 8일부터 11일까지 모슬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방어를 맨손으로 잡아볼 수 있고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참가자가 직접 배를 타고 마라도 부근 해역으로 나가 방어를 잡는 선상 낚시도 할 수 있다. 모슬포수협은 축제 기간에 매일 오후 2∼4시 방어 무료시식회를 연다. 이재진 최남단방어축제위원장은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방어를 잡는 어민들의 모습과 통통한 방어 맛을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마련했다”며 “주변에 군사 유적, 추사 김정희 선생 유배지, 올레코스 등이 있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포항 과메기
(동아일보 2012-11-02 08:52:38)
얼었다 녹았다 쫀득해진 너… 이 겨울이 맛있다

검붉은 색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배를 가른 흉한 겉모습만 봐서는 도통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로 과메기 얘기다. 그래서일까, 과메기는 10여 년 전만 해도 경북 포항과 대구 등에서만 유통됐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전국에 독특한 맛이 알려지면서 제철을 기다리는 미식가가 많아졌다.
○ 겨울철 별미 과메기

과메기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본고장인 경북 포항시 구룡포 해안은 덕장에 줄줄이 꿰인 과메기가 즐비하다. 찬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아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며 말리는 장면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구룡포를 비롯해 장기·대보·호미곶면에는 과메기 생산업체 4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연간 5000t의 과메기가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의 90%다.
원조 과메기는 청어 눈을 꼬챙이에 꿰어 말려 만들었지만 1960년 이후 청어가 줄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꿰찼다. 통째로 새끼줄에 엮어 보름 정도 말리는 ‘통마리 과메기’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를 발라 3, 4일 말리는 ‘배지기 과메기’로 나뉜다. 건조 기간이 짧고 먹기도 간편한 배지기 과메기가 인기지만 진정한 과메기 애호가들은 지금도 통마리 과메기를 찾는다.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숙성된 과메기는 김, 미역 등 해초류와 기가 막힌 궁합을 이룬다. 식성에 따라 마늘 상추 깻잎을 얹어 먹으면 씹을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향긋한 미나리와 풋풋한 고추, 맛깔스러운 쪽파까지 더하면 과메기 맛은 배가된다. 김점돌 구룡포 과메기사업협동조합장은 “과메기는 김과 미역을 돌돌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라며 “겨울만 되면 구룡포에는 그 맛을 잊지 못한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 바다의 홍삼
과메기는 전통적으로 특별한 양념이나 조리할 필요 없이 즐기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를 밋밋하게 느끼는 사람을 위한 색다른 과메기 요리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과메기 회무침’. 과메기와 생도라지, 풋마늘 등 여러 채소를 넣어 깔끔한 맛을 내는 게 포인트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과메기 초밥’은 비린내를 없앤 것이 특징. 미나리와 김, 파 등을 과메기 몸에 감아 먹는다. 미나리와 깻잎 고추 된장 과메기를 버무려 김치에 싸서 먹는 ‘과메기 보쌈’은 채소의 향긋함과 과메기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젓가락질을 바쁘게 한다. 과메기를 김에 싼 후 튀겨낸 ‘과메기 튀김’은 맛이 부드럽고 담백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과메기는 꽁치로 만들었지만 영양은 꽁치보다 훨씬 우수하다. 숙성 과정에서 노화 현상과 체력 저하, 뼈의 약화를 억제하는 핵산이 많아진 덕분이다. 인삼을 쪄서 말리면 홍삼으로 거듭나듯 꽁치도 과메기로 바뀌면서 영양분이 높아지는 것이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고 아스파라긴산도 많아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갱년기 여성에게 필수 영양분인 칼슘도 다량 함유돼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점 때문에 과메기는 해가 갈수록 인기다. 2007년부터는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등 해외로 수출돼 세계인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과메기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메기 축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5회째를 맞은 올해 축제는 17, 18일 구룡포 과메기 문화거리에서 펼쳐진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과메기는 포항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15>추자도 삼치
(동아일보 2012-10-26 06:28:16)
부드러운 살, 입안에서 살살

제주항에서 50km가량 떨어진 섬, 추자도.
4개 유인도와 38개 무인도를 거느린 ‘섬 공화국’ 추자도 앞바다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옷 틈을 파고드는 한기에 피부는 시리지만 마음만은 뜨겁다. 추자도 명물 가운데 하나인 ‘삼치’가 돌아와 어장을 형성한 것이다.
25일 오후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 추자수협 위판장. 추자수협 소속 10t 미만 어선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배에서 수십 마리씩 삼치가 내려지면서 수협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위판가격은 kg당 7000∼9000원 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몇 달 동안 일손을 놓고 바다만 바라본 것에 비하면 감지덕지다. 삼치를 잡는 어민들의 부산한 손길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 살살 녹는 겨울 별미
삼치는 고등엇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등 쪽이 회색을 띠는 청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산란을 한 뒤 따뜻한 조류를 따라 남하하다 추자도 부근에서 어장을 형성한다. 추자도 어장에선 길이 60∼70cm(5∼7kg)가량의 삼치가 주로 잡히지만 12월이면 100cm 안팎의 대형 삼치도 모습을 드러낸다. 시중 음식점에서 파는 구이용 삼치는 주로 중국 어선들이 저인망식으로 잡는 20∼30cm 크기의 어린 삼치다.
배에서 갓 잡은 삼치를 근처 식당에서 회를 떴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쫄깃한 느낌은 덜하지만 눅눅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 젓가락이 가도 자꾸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삼치회는 소스도 초고추장이나 간장과 달리 조청, 간장, 매운 고추 등을 섞은 소스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해안 지역을 제외하고는 삼치회를 즐기기 시작한 지는 오래지 않았다. 냉장을 하지 않고서는 회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살이 연해 숙련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회를 뜨기도 어렵다. 삼치는 버릴 게 없다고 한다. 소금구이, 조림, 찜,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껍질을 화롯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 매운탕을 하면 하얀 기름이 둥실둥실 뜬다.
삼치는 다른 고등엇과 생선과 마찬가지로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칼륨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고도 불포화지방산인 DHA를 함유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 국내 최고 추자 삼치

삼치는 국내 연안에서 잡히지만 추자 삼치를 최고로 친다. 바다 밑바닥까지 내린 그물로 온갖 생선을 잡는 저인망어선과 달리 낚시를 이용해 잡는다. 추자 어선들이 사용하는 삼치 어법은 일반 낚시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과 다르다. 100∼150m에 이르는 긴 줄 끝에 인조미끼를 끼운 낚시 60∼80개를 바닷속에 내려놓은 뒤 일정 속도로 운항하면서 삼치를 잡아 올린다.
추자에서 잡히는 삼치는 연간 400t 규모에서 최근 200t 규모로 줄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중국 어선과 국내 저인망어선의 ‘싹쓸이 조업’이 삼치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호(6t) 선장 김명승 씨(48)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추자도의 소형 어선들은 조업을 못하는데, 이때를 노려 중국 대형 어선들이 저인망으로 삼치를 무더기로 잡아간다”며 “울화통이 터지지만 어찌하지 못하고 발만 구를 뿐”이라고 말했다.
추자도 삼치 조업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했다. 당시 잡힌 삼치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거나 공출됐다. 그동안 추자 근해에서 잡히는 방어, 조기 등에 가려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 추자 삼치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주와 호남권에서 회를 즐기는 층이 넓어지고 있다.
추자수협 최성근 판매과장은 “현재는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아 일본 수출가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며 “방어에 비해 저평가된 삼치가 소비자 입맛을 잡는다면 공급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세발낙지
(동아일보 2012-10-19 05:13:07)
쑥 훑어서 착 감아서 쏙 입속에… 캬!

꼬무락거리는 세발낙지를 손으로 쑥 훑는다. 나무젓가락에 낙지 목을 잽싸게 끼우고 다리를 돌돌 감는다. 기름장에 찍어 머리부터 우걱우걱 씹는다. 입천장에 빨판이 달라붙는다. 자꾸 입안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힘이 세다. 재빨리 잘근잘근 씹는다. 오톨도톨하고 물컹물컹하다. 씹을수록 달착지근하고 쫄깃쫄깃하다. 세발낙지는 역시 산 것을 통째로 먹어야 제 맛!
○ 갯벌 속 산삼 가을낙지

밤기온이 섭씨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요즘 낙지 주요 어장인 청계만 탄도만 함해만 등 전남 무안 앞바다에는 낙지잡이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밤에 낙지를 잡는 것은 낮에 갯벌에 몸을 감추고 있던 낙지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기 때문이다.
‘봄주꾸미, 가을낙지’라는 말이 있다.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는 가을낙지가 제 맛이라는 의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9, 10월(음력)이면 배 안에 밥풀 같은 알이 있는데 즐겨 먹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가을낙지는 ‘쇠젓가락도 휘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양식으로 통한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아 ‘갯벌 속의 산삼’이라고도 한다. 남도에서는 가을낙지가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꽃낙지’라고 부른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가 아니다. 가늘 ‘세(細)’자의 세발이다. 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작은 세발낙지는 무안의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무안낙지는 갯벌 색깔을 닮아 잿빛 윤기가 흐른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갯벌에서 자라 기운차다. 무안군 청계면 보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진수 씨(54)는 “세발낙지 중에서 다리가 굵고 머리가 큰 것은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며 “머리가 미끈하고 눈이 튀어나온 것이 좋다”고 말했다. 1접(20마리)당 값은 5만 원대로 9월 말경보다 조금 싸졌다. 세발낙지는 무안읍 낙지거리나 무안국제공항 인근 낙지직판장, 항구 포구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전화로 주문하면 전국 어디로든 아이스팩에 담아 보내준다.
○ 참기름 바른 호롱구이 별미
세발낙지는 산낙지로만 먹는 게 아니다. 나무젓가락에 세발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감은 뒤 참기름을 발라 구운 낙지호롱구이는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무안의 명물이다. 고소한 향과 윤기가 자르르 흘러 상 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양념장에 살짝 찍어 다리부터 야금야금 뜯어먹다 보면 담백하고 쫄깃한 맛에 반해 어느새 “한 마리 더”를 외치게 된다.
기절낙지는 조리법이 특이하다. 우선 살아 있는 낙지를 대바구니에 문질러 기절시킨다. 몸통과 머리를 떼어내 구운 뒤 다리와 함께 내놓는다. 죽은 듯 가만히 펼쳐져 있는 다리 한 점 집어 양념장에 넣으면 비로소 꿈틀거린다.
낙지요리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야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연포탕은 무 박속 미나리 양파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인 국물에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넣어 살짝 데친다. 실파와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국물맛이 더 시원하다. 낙지초무침은 부드럽게 씹히면서 새콤매콤하게 무쳐낸 맛이 일품이다. 낙지볶음은 야채와 낙지를 살짝만 볶아내는데 야채의 아삭한 맛과 낙지의 쫀득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박용술 무안군 망운면 탄도어촌계장(59)은 “5∼7월 말까지 금어구역을 정해 낙지를 보호하고 있다”며 “낮에 물이 빠진 갯벌에서 삽으로 잡는 세발낙지도 있는데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이 제철]<11>참게
(동아일보 2012-10-12 04:19:15)
고소 짭짤한 네 살 못 잊어 이 가을 임진강을 찾아왔다

임진강의 명물 민물참게 철이 돌아왔다. 임진강 참게는 10월 말까지가 제철. ‘서리 내릴 무렵에 잡히는 것들은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일품이라 과거에는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명품이었다.
○ ‘밥도둑’ 임진강 참게
통일로를 가로지르는 국도 37호선을 따라 파주 적성 방향으로 2, 3km를 가다 보면 도착하는 경기 파주시 임진리 마을. 임진강과 인접한 이곳은 참게로 유명한 곳으로 8개 식당이 모여 있다. 5일 오후 이곳에는 서울, 인천, 경기 고양 등에서 고급차를 몰고 직접 참게를 맛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민태일 씨(57)는 이곳에서 16년째 참게잡이를 하며 살아오고 있다. 민 씨는 매일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0.5t짜리 어선을 타고 나가 전날 설치해 둔 참게 통발을 걷어 올린다. 이날도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참게 100마리(10kg)를 잡았다. 민 씨는 “한동안 참게가 잡히지 않아 애태웠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참게가 몰려들고 있다”며 “참게는 1년 중 10월이 가장 고소하고 담백해 이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파주 연천 등에서 주로 잡히는 참게는 임진강 한탄강 등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하천에 산다. 참게는 둥근 사각형이며 이마에는 뾰족한 톱니 모양의 이빨 4개가 있다. 집게다리는 억세게 생겼고 앞면에는 연한 털 발이 있어 털게라고도 불린다. 등이 불룩하면서도 울퉁불퉁하다. 어미 게는 알을 낳기 위해 8월 중순부터 3개월 동안 바다로 떠난다. 참게 산란기는 10∼12월. 이때 참게의 속이 가장 실하고 맛도 최고로 좋다. 가을 참게가 최고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진강에서 잡히는 참게는 산란 직전의 암컷으로 큰 것은 10∼12cm 정도다.
참게 요리는 게장, 매운탕이 대표적이다. 참게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게장이 으뜸이다. 장의 맛을 내기까지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식성에 따라 생강과 마늘을 함께 넣어도 좋다. 참게장을 집에서 담그려면 가을 참게를 구입하는 게 가장 좋다. 따끈한 흰밥을 게딱지에 비벼 먹으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매운탕도 색다른 별미다. 쑥갓 파 버섯 우거지 등 채소류와 함께 끓여 비린내가 적고 국물이 개운하다. 지역에 따라 메기나 동자개(빠가사리), 새우 등과 함께 끓이기도 한다.
참게는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꽃게나 대게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속살 맛은 덜하다. 몸통의 터질 듯한 맛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참게는 대게나 꽃게에 비해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껍질째 꼭꼭 씹어 먹으며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형상으로 자연산과 외국산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크기로 치면 자연산이 조금 크고 다리에 털이 많다. 자연산으로 끓인 매운탕이나 게장은 향이 진하고 외국산은 향이 덜하다. 1kg(10마리가량) 2만5000∼3만 원.
○ 참게 맛보러 오세요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는 10여 년 전만 해도 입맛 까다로운 식객이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발길이 드문 상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주민들은 올해 처음으로 10∼25일 ‘임진나루참게축제’를 연다. 이 기간에 참게와 참게매운탕을 시중 가격보다 20%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축제 기간에 군 경계 시설로 편입돼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던 임진나루터도 개방한다. 또 화석정∼장산전망대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참가자 전원에게 참게를 무료로 나눠준다. 031-952-5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