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크립스연구소 어떤 곳인가
미 스크립스연구소 어떤 곳인가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의 명물 2가지는 피어(pier)와 해양조사선 플립(FLIP)호이다.
피어는 연구소의 해안에서 바다로 뻗어있는 400m 길이의 다리다. 피어 끝에는 갖가지 시설이 갖춰져 있다. 5분마다 표층과 5m 깊이의 수온을 측정해 각 연구실 컴퓨터에 자료를 자동으로 보내기도 하고, 설치된 크레인으로 고정된 지점에서 채취된 해수를 각 연구실로 보낸다. 여기서 얻어진 자료는 모든 연구의 기초로 활용된다.
지난 62년에 건조된 플립호는 108.3m의 기다란 배이다. 이 배는 무동력선으로 예인선에 이끌려 조사지점에 이르면 배 뒤쪽부분에 물을 채워 수직으로 세운다. 배의 대부분이 물 속으로 들어가지만 배 전체적으로 파도에 부딪치는 면적이 적어 매우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한다. 수중음파 연구 등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1903년 개원한 스크립스 연구소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남쪽 멕시코 국경의 샌디에이고에 위치해 있다. 9개 연구부에 1200여명의 인력과 5척의 해양조사선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300개 이상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지난해 회계연도에 1억260여억달러(1280억원 가량)의 예산을 썼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에 속한 연구소이지만 국립과학재단, 해군성의 예산이 70%이고, 대학은 전체 예산의 겨우 0.25%만 부담하는 국가적 연구소이다. 샌디에이고/김성걸 기자
인터뷰/마이클 멀린/
미 스크립스연구소 해양팀장
“이제 바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연구소 해양생태계 연구팀장 마이클 멀린(61·사진) 교수는 육지에서 자동차 공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듯이 이제는 바다에 손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양의 모든 분야가 동원돼야 합니다. 물리·생물·화학·지질이 종합되어야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한 방향으로만 검토하게 되면 다른 방향에서 또다시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멀린 교수는 바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의 예로 자신이 주도하는 캘리포니아 해양어류 종합조사(CALCOFI)를 들었다. 이 조사는 캘리포니아 연안의 정해진 지점에 주기적으로 조사선을 내보내 해류흐름, 바다생물 변화, 온도 염분도 등 바다의 모든 사항을 검진한다. 지난 49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의 결과들은 데이터로 보관돼 바다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동안 캘리포니아 바다의 동물 플랑크톤은 1천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또 해수 온도도 12℃에서 15~16℃로 상승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변화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인류가 어업, 기후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이 조사에는 연구소 연구원 20명과 정부에서 파견된 연구원을 합쳐 34명의 박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비슷한 숫자의 기술자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 연간 예산은 100만 달러(약 13억원)라지만 이는 순수연구비이고 인건비, 조사선 운용비 등을 합하면 500만 달러(약 65억원)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연안은 넓은 바다의 일부이고 조류가 빨라 오염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황해, 흑해 등 폐쇄된 바다는 지구적 변화 이외에도 오염 등 인위적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인근 국가에서 급속한 공업화가 진전되는 해역에서는 캘리포니아 규모는 못되더라도 체계적 관리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합니다.”
멀린 교수는 지난 64년부터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플랑크톤 어류를 주로 연구해 왔고 학술지 <해양어류>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