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赤潮대응 황토 살포 거부… 불붙은 黃土효과 논쟁 (조선일보 2013.08.06 03:02)
전남도, 赤潮대응 황토 살포 거부… 불붙은 黃土효과 논쟁
[경남 사상 최대 적조 피해]
전남도 - 황토로는 적조피해 막기 역부족… 효과 미미한데도 관행처럼 사용
해양수산부 - 값 저렴하고 효과 탁월해… 친환경 물질이라 생태계 안전
전문가들 - 바다에 가라앉아 쌓인 황토… 생태 오염시키고 사막화 초래
적조 생물(식물성 플랑크톤)을 없애는 방법으로 국내에선 1996년부터 황토가 '애용'돼 왔다. 정부는 2009년 8월 황토를 적조 구제 물질로 공식 고시했다. 국내에선 적조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황토를 뿌리는 모습이 방송 화면을 탄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적조 띠가 목격되자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수차례 발송해 황토 살포를 독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황토 살포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해수부의 황토 살포 요청을 거부했다.
◇"황토 살포하지 않겠다"
지난달 14일 올해 처음 발생한 적조(赤潮)는 남해안과 동해안 연안을 휩쓸고 있다. 경남도는 양식 어류 1710만여마리가 집단 폐사해 140억원가량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도 역대 최대 적조 피해다. 여기에 '마라톤 장마'가 끝나면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적조는 더욱 기세를 떨칠 전망이다. 남·동해 양식장 주변엔 지난달 18일부터 적조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됐다.
그러나 전남도는 올해 황토를 단 1g도 뿌리지 않았다. 박준영 도지사가 앞장서서 황토 살포 불가론을 주장한다. 황토가 적조를 몰아내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황토 대신 선박을 이용해 물살을 일으켜 적조 띠를 몰아내는 방식을 쓰고 있다. 올해 전남 고흥과 여수에 적조 경보가 발령됐으나 경남과 달리 아직 피해가 접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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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전남 화정면 월호도 앞바다에서 여수시 어장정화선이 적조 피해를 막기 위해 황토를 살포하는 모습. 올해 전남도는 황토 살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수부의 황토 살포 권고를 거절했다. /김영근 기자
◇황토 살포 효과는 있나
황토의 효과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경남 지역에서 보듯 황토의 적조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적조는 여름철 폭우로 하천수의 유기양분이 바다에 대량 유입되면 플랑크톤이 이상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적조 띠는 빛을 향해 움직이는 주광성(走光性)이어서, 낮에는 해수면에 뜨지만 밤에는 물밑으로 가라앉아 양식장을 덮친다. 따라서 낮에 아무리 황토를 뿌려도 밤에 물밑으로 침투하는 적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울산대 이병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일시적으로 황토가 플랑크톤을 흡착해 가라앉히겠지만, 결국 황토로 뒤덮인 바닥의 해양생태계는 사막화한다"며 "황토 살포는 가장 원시적인 적조 구제 방식"이라고 했다. 유기양분이 든 하천수 유입을 최대한 막아 바닷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상대 김성재(해양환경공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선박에 황토를 쌓아 물을 뿌리면 80% 넘는 황토가 5분 만에 바닥에 가라앉아 생태계만 오염되고 방제 효과는 떨어진다"고 했다. 황토 살포는 근거가 희박한 상태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공식적인 구제 방법으로 못 박아 놓은 건 잘못이라는 얘기다.
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이창규 연구관은 "황토는 국내 야산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적조 방제 물질로 저렴하고 방제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황토는 원래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물질인데, 자연 유입은 괜찮고 인공 투입은 안 된다는 논리는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야산의 흙을 마구잡이로 바다에 투입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황토를 한 지점에 집중살포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황토 살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규정대로 살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토 살포 외에 천적 생물로 적조를 박멸하거나 화학물질·전해수(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소독약 성분) 살포 등 170여개에 이르는 적조 제거 방법이 있으나 대부분 비용 문제 및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