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산 버전2.0 - 2)유통·가공의 고부가가치화 (농수축산신문 2013년 5월 29일)
한국수산 버전2.0 - 2)유통·가공의 고부가가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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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단순가공품이 아닌 수산물 고차가공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돼야 한다. |
2) 유통·가공의 고부가가치화
국내 수산물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유통·가공의 부가가치가 낮다는 점이다.
국내시장은 활어중심의 식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다 수출시장은 외국인들이 직접 국내로 진출해 원물만 파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통·가공단계에서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무기로 수산물 유통·가공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 ‘소비’를 이끌어내라
유통사업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동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산물의 경우 지역특산품도 많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지만 선도유지 등 유통상의 문제로 소비자들의 수요는 고등어, 갈치 등 특정 대중어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특정어종에 대한 수요 집중을 분산시켜 고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산기업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면 전복의 경우 국내 소비의 대부분이 활전복에 집중돼 있어 건전복이나 고차전복가공품 등 전복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며 강원 도루묵은 거의 강원 지역에서만 소비가 이뤄져 풍어가 찾아오면 물 1리터 보다 도루묵 1kg이 싸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는 향후 고른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동향을 이끌어내고 식습관 개선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대형마트가 보편화되면서 대형마트에서 공급하는 특정 대중어종이 소비자의 식탁을 장악해 지역 특산수산물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소비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식생활 교육과 더불어 관련 어종 당사자가 직접 나서 특산품의 소비가 이뤄지도록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열 (주)씨푸드 회장은 “소비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품은 접근방법 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높은 부가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은 초기 진입은 쉬울지 몰라도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으며 포화된 시장에서 선두주자들과 끝없이 경쟁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의 구매 동향에 맞춰 생산자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생산자가 먼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원물보단 가공상품
핵가족의 보편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맞벌이 가구 증가에 따라 원물을 유통시키는 것보다 가공상품 시장의 발전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가구의 구성이 변화되면서 섭취의 편의성과 포장크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산물의 경우 손질된 단순가공품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을 뿐 고차가공상품이 빠르게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개발되는 상품도 기존의 방법을 답습한 조리가 끝난 생선구이 종류 정도에 머물러 제 살 깍아먹기 식의 경쟁이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수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포화상태인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수산물 고차가공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아 (주)씨푸드 완도공장 대표이사는 “원물이 100원을 투자해 50원의 순수익을 낸다면 고차가공품은 200원을 투자해 300원 이상의 순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존에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수산물 고차가공상품을 만들고 이를 알리려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스토리텔링 통해 부가가치 높여야
농축산물은 스토리텔링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또다른 수단이 되고 있는 반면 수산물은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스토리텔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농축산물의 사례로는 전통방식 그대로 참나무 가마솥에서 48시간 고아 만든 왕비천하늘조청이나 한우고기의 숙성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행복하누를 들 수 있다. 왕비천하늘조청은 이원복 대표의 ‘슬로우푸드’ 제작과정의 이야기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프리미엄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행복하누는 신지식인이기도한 김상준 대표가 계속 익혀온 숙성기술로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산업계에서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출한 사례를 보면 김분순 해맑은번영수산 대표가 개발한 미역꽃바구니가 있다.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우리풍습에서 착안, 한지와 자투리 한복감을 활용해 미역을 한줄기씩 정성껏 포장한 꽃바구니는 출산한 산모를 위한 선물뿐만 아니라 생일선물이나 은행 등의 VIP고객 등을 위한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포장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 미역에서 해녀들의 스토리를 불어넣어 프리미엄상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남수 KMI 연구원은 “최근 소비자들은 상품의 품질만 따지는 게 아니라 스토리나 마케팅 기법에서 감성적인 상품들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인터라 수산물에도 스토리텔링 등 마케팅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스토리텔링 이전에 품질과 신선도는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