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하베스트

이 '족보있는 연어'가 노르웨이의 힘 (아시아경제 2011.12.05 11:20)

수퍼보이 2013. 2. 8. 10:56

이 '족보있는 연어'가 노르웨이의 힘

북유럽 양식장의 나라, 그들은 어떻게 年 11조원을 낚았을까

 

노르웨이 소트라(Sotra)에 있는 '마린하베스트'의 연어 양식장에서 연어를 들어보이고 있는 헨릭 엔더슨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위원회(NSEC) 한국ㆍ일본 담당 이사.


 

[애스코이ㆍ소트라ㆍ베르겐(노르웨이)=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대서양 연어의 65%, 전 세계 연어의 36%를 생산하는 나라. 섬을 포함한 해안의 길이만 8만3000km에 달하는 나라. 수산물이 3번째로 큰 수출 품목인 나라. 40여년 동안 꾸준히 지속가능 어업을 준비해 온 나라. 세계 2위의 수산물 수출국(수출량 기준)인 노르웨이 얘기다.

노르웨이가 이렇듯 수산물 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이것' 덕분이다. '이것'은 세계 최대 연어 양식 업체인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가 운영하는 품질 관리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분명 개별 양식 업체가 세운 원칙이다. 그런데 단순히 한 기업의 고집으로만 볼 수는 없다. '바다에서부터 식탁까지를 책임진다'는 노르웨이의 수산물 정책을 한 데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린하베스트의 생산 원칙이자 노르웨이의 수산물 관리 원칙이기도 한 '이것'은 바로 'Q marine'이다. 수산물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품질 관리 시스템, 'Q marine'을 노르웨이 현지에서 직접 들여다봤다.

◆'Q marine'의 시작은 연어 알에서부터='Q marine'엔 6가지 원칙이 담겨 있다. ▲안전한 수산물 ▲질 좋은 수산물 ▲환경 친화 ▲건강한 생선 ▲사회적 책임 ▲품질 보장 등이 그것이다. 마린하베스트는 이들 원칙을 지키려 좋은 연어 알을 골라내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애스코이(Askøy)에 있는 마린하베스트의 새끼 연어 생산 공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건 '드르륵'하는 소리였다. 비릿한 냄새를 타고 전해오는 이 소리. 뭔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연어 알 가운데 색과 모양에 따라 좋은 알들만을 따로 골라내는 기계다. 좋은 알로 분류된 것들은 혈통 정보를 담은 전자 태그까지 심어 관리한다고 한다.

노르웨이 애스코이(Askøy)에 있는 '마린하베스트'의 새끼 연어 공장에서 골라낸 좋은 연어 알들.


1964년부터 치어를 단련하는 일 등을 시작한 이 공장에선 좋은 알을 골라내는 일 뿐만 아니라 좋은 종자를 고르고 수정하는 일, 다음 세대 엄마와 아빠가 될 연어를 만드는 일 등 많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산되는 연어 알은 1년에 1억개에 이른다.

애스코이(Askøy)에서 다시 차로 40여분, 그리고 배로 5분 정도를 가면 도착하는 소트라(Sotra)의 마린하베스트 연어 양식장. 여기엔 새끼 연어 생산 공장에서 75g이 될 때까지 키우다가 지난 4월 옮겨 온 연어 63만7000여 마리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투-둑, 투-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어가 물 밖으로 모습을 내비쳤다가 금세 사라지며 내는 소리다. 지금은 1.5kg 남짓 되는 이들 연어들은 내년 8월께가 되면 5kg 정도까지 무거워지게 된다. 연어가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게 되는 무게다. 마린하베스트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생산해 낸 연어는 지난해 기준으로 29만8000t 수준이다.

◆생산 과정뿐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철저히=노르웨이가 관심을 쏟는 건 단지 수산물의 생산 과정만은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개별 기업까지 모두가 유해물질 점검을 할 정도로 노르웨이는 수산물 안전에 민감한 나라다.

노르웨이 베르겐(Bergen)에 있는 국립 영양 및 수산물 연구소(NIFES)의 모습. 이 곳은 정부와 산업계 등의 지원을 받아 수산물 안전 검사 등을 하는 기관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부와 산업계 등의 지원을 받아 수산물 안전 관리를 하고 있는 베르겐의 국립 영양 및 수산물 연구소(NIFES)에 찾아가 이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안전성 검사는 철저했다. 생선을 지방이 많은지 여부에 따라 나누거나 갑각류 등 종류에 따라 나눈 뒤 유럽연합(EU)의 기준에 따라 유해물질별 조사를 하는 식이다. 검사 대상이 되는 어종은 노르웨이에서 양식되는 어종 거의 대부분이며, 다이옥신이나 수은은 기본이고 항생제 잔여량과 기생충, 사료 등에 대해서도 검사를 하고 있었다.

NIFES는 그동안 이런 식으로 청어 샘플 800개, 넙치 샘플 1200개, 고등어 샘플 850개에 대한 검사를 끝냈고, 모두 안전하다는 결론을 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사로는 대서양 대구 샘플 2100개, 작은 대구 샘플 1000개 등이 있다.

국립 영양 및 수산물 연구소(NIFES)에서 수산물 유해물질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오이빈드 리 NIFES 소장은 "정부와 업계 등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안전성 검사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며 "NIFES의 조사는 사료 단계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수산물의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바다에서부터 식탁까지' 전 과정을 다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가 'Q marine'에 담긴 원칙을 바탕으로 수출한 수산물은 지난해에만 75억 유로(11조4000억여원) 규모다. 'Q marine' 원칙을 거친 노르웨이의 수산물을 소비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140여개국이다.

애스코이ㆍ소트라ㆍ베르겐(노르웨이)=성정은 기자 jeun@